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저기, 당신. 편지 좋아하나요?
지금으로부터 약 반년 전, 당신은 교내 게시판에 새로이 붙은 공문 한 장을 발견합니다.
……
솔레르티아 아카데미와 성 아우로 학원의 문화 교류 행사가 확정되어,
그 첫 번째 일환으로 펜팔 신청자를 모집합니다.
문화 교류 활동을 통해 타 학원 학생들과 함께 의미 있는 성장을 도모해봅시다.
참여를 희망하는 학생은 신청서 작성 후, 본교 행정실에 제출하시길 바랍니다.
모쪼록 오늘도 유익한 학원 생활 되시길 바라며, …
성 아우로 학원과 솔레르티아 아카데미의 화합과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.
……
그러고 보면... 제국과 성국의 사이가 날로 가까워지고 있죠. 내년에는 화친 조약을 맺기로 했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. 아마도 이 교류 또한 그것의 연장선이겠지요.
곧 당신의 발걸음은 행정실로 향합니다.
당신은 무엇을 생각하고 있나요?
우연히 마주할 특별한 인연을, 조금쯤은 기대하게 되었나요?
경험하지 못한 세상을 편지로나마 전해 듣고 싶어졌나요?
어쩌면, 그저 편지를 쓰는 걸 좋아할 수도 있겠네요.
어떤 이유라도 좋아요.
당신이 펜을 잡을 생각을 했다는 사실, 그것만이 중요하니까요.
자, 이제는 당신이 반년 전에 내린 결정에 책임감을 보일 때입니다.
펜촉이 새하얀 백지에 닿습니다.
새로운 인연이 될 상대를 위해.
Dear ㅡ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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